오늘은 홍환담 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제가 쓴게 아니라 저랑 같이 합동으로 쓰시는 슈우 님이 쓰신겁니다.
슈우님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lucky0161
일단 허락은 받아서 블로그에 수정조금 되서 올라오는거 보다 많이..
즉, 제가 쓰는 거랑 같이 해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랄까 한동안은 이거만 올려야겠네요...
한편당 길이가 제꺼보다 조금 짧다보니 그냥 냅뒀더니....제가쓰는거랑 차이가 좀 많이 나는 지라...ㅡㅡ;;;
\일단은 올립니다만.... 스크롤 압박이 심해질수 있으니 하나보시고 접으신뒤 다음걸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5-7화 이어서 갑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어~이. 이제 기분 좀 푸는게 어때?"
"......"
이제 기분을 풀라며 말을 걸어오는 마리사였다... 하지만 아까 당한 일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상황은 조금 전. 레이무라고 불리는 무녀의 뒤쪽에서 몇명의 새 인물들이 나왔었는데 그 중에 유카리가 나를 환상향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었다는걸 알게 되고 왜 이곳으로 오게 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어봤다. 하지만 몇번을 물어봐도 해도 '비~밀'이라면서
피하길래 조금 장난을 쳤더니 순식간에 틈새로 빨려 들어가서 차마 말할 수 없는 짓을 당하고 온 것이다.
그리고 유카리는 '너무 알려고 하면 이렇게 되니까 다음부터는 조심하는게 좋아~'라면서 다시 유유히 연회장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후 다른 사람들까지 연회를 즐기러 떠났고 혼자서 구석에서 훌쩍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불쌍하게 봤는지 마리사가 달래러 왔고,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고보니 슈우. 환상향에 온 지 며칠 된거야?"
"응? 한 4일 쯤 됐을까... 처음에 떨어진 이후에 홍마관에 찾아갔다가 호되게 깨져서 3일간 뻗어있었지."
"...용케도 살아 있었구나 너..."
용케도 살아있다니... 홍마관이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 레밀리아도 그렇고 사쿠야...는 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그나저나 유카리는 왜 날 여기로 오게 한걸까?"
"글쎄~. 저 녀석의 생각은 우리도 알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유카리는 변덕쟁이인 성격 같다. 아무래도 주위 사람들도 유카리의 변덕에는 엄청 애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그리고 잠시동안 마리사와 만담을 주고 받다가 하늘이 반짝거리는걸 깨닫게 되었다. 별이 반짝이나 싶어서 봤더니...
"뭐야 저건? 왜 레이무랑 사쿠야가?"
"아? 저게 뭔지 아직 몰라? 저건 '탄막 놀이' 라는거야."
시원스럽게 대답한 마리사였지만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탄막이라는건 알겠는데... 탄막...'놀이'? 탄막으로 논다는건가? 뭐야 그거... 그보다 사쿠야가 쓰는 저거... 나이프 아냐?
"오늘은 레이무랑 사쿠야인가~. 이거 볼만하겠는걸?"
"어? 스이카? 너 언제 있었어?"
"아까부터 쭈~욱 있었지."
아까부터 쭈욱 있었다고 해도 내 옆에 있던 사람은 마리사 한 명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 내 옆에 와서 앉아 있었다는거지?! 내가 눈이 잘못됐었나?!
"아까부터 쭈욱 있었지만 내가 일부러 '보이지 않게' 한 것 뿐이야."
"...뭔 말인지 모르겠어."
보이지 않게 했다고...? 그게 뜻대로 된다는 소리인가? 무슨 유령도 아니고 자기 의지대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한다니...
"일단은 저 둘의 탄막 놀이나 구경하자구~ 사소한건 잠시 넘기고~."
"어? 으음..."
원래 싸움 구경하는건 썩 좋아하진 않는데...
하지만 점점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뭔가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화려해서 그런다고 할까 아니면 멋지다고 해야할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한참 후. 사쿠야가 레이무의 탄막에 맞고 떨어져 버렸다.
"...끝이야?"
"응. 사쿠야가 진거야."
먼저 탄막에 맞고 떨어지는 쪽이 지는 놀이인건가... 과연. 알기 쉽다. 그나저나 사쿠야는 괜찮은건가?
"크게 다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겠지만..."
"헤에?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네? 슈우는. 하지만 괜찮아. 저 정도로는 다치는 축에도 못 낀다고."
내가 보기엔 심한 정도로 보였으나 마리사는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였고, 그리고 정말인지 멀리서 보이는 사쿠야의 모습은 멀쩡해 보였다. 무사하다면 다행이다만...
"탄막 놀이라고 했지? 마리사도 할 수 있는거야?"
"당연하지. 어지간한 애들은 다 할 수 있을걸?"
...아무래도 이 환상향에서 탄막 놀이는 정말로 놀이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한번 물어볼까?
"저기 말야 마리사."
"응?"
"나도 저 탄막 놀이라는거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거야. 슈우라도 충분히 말이지."
헤에~ 평범한 인간인 나도 할 수 있다는건가? 아니지... 그렇게 치면 레이무나 사쿠야도 나랑 똑같은 인간이지... 아니, 그
둘은 좀 특별한건가? 탄막 놀이라... 헤헤헤. 아무래도 당분간은 재밌는 일만 가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해보고 싶어?"
"으아아아악!!"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그만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나왔다.
"심한걸~ 그렇게까지 도망치지 않아도 되잖아~."
"아까 틈새에서 그렇게 괴롭히던 사람이 누구더라? 아앙?!"
"누굴까~나~?"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혀 놓고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다니... 뭐랄까... 무서운 여자... 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슈우. 정말로 탄막 놀이에 흥미가 생겨버린거야?"
"...응. 뭔가 엄청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멋지거든."
머릿속으로 아까의 레이무나 사쿠야 같이 멋지게 탄막을 날리는 자신을 상상하자 절로 입에 웃음이 생겼다.
"그러면 내가 가르쳐줄까?"
"어? 정말로?!"
"대신, 조건이 있어."
탄막 놀이를 가르쳐 준다길래 기뻐했더니 난데없이 왠 조건이 나왔다. 난데없이 조건이라니... 대체 뭘 조건으로 한다는건가 했더니 유카리는 오른손에서 작은 술병을 꺼내 들었다.
"이번 연회동안 쭈~욱 내 술 상대가 되줘야해. 그게 조건이야."
"뭐야. 겨우 그거야? 까짓거 얼마든지 해주지."
술 상대라면 걱정이 없다. 술에는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나만의 비법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받아들임과 동시에 마리사와 스이카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불쌍하게 됐군','살아서 돌아와~'라는 전언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아까의 둘의 반응을 본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갖고 유카리와 술잔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방 한 구석에서 멋지게 전사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으음... 음냐... 벌써 아침인가..."
밝은 빛이 들어와서 이제야 잠에서 깬 나였다. 아무래도 이 풍경을 보아하니... 결국 쓰러진 나는 그대로 하쿠레이 신사에서 밤을 보낸 것 같았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어제..."
차츰차츰 기억을 더듬어봤다만... 아무래도 유카리와 술을 마시던 도중에 필름이 끊겨버린듯하다. 기억이 나질 않아...
그나저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다들 진작에 돌아간 듯 했다.
"음냐... 아무래도 나만 남겨진건가..."
레밀리아랑 사쿠야는 아무래도 날 버려두고 간 모양이었다. 뭐 애시당초 홍마관에 있어도 된다는 소리도 없었지만...
"어머. 일어났네?"
"아, 레이무. 안녕."
일어난 지 조금 지나자 레이무가 들어왔다. 레이무는 얼마 안 마셨던 걸까 연회를 즐겼던 것 치고는 멀쩡해 보였다. 아니면 벌써 숙취를 해소한건가?
"마침 잘 됐다. 슈우. 조금 도와줬으면 하는게 있는데..."
"응? 뭔데?"
"뒷처리 하는것좀 도와줘."
"겍..."
설마 연회가 끝나고 난 뒤의 정리를 안한건가? 하긴... 그렇게나 큰 연회였는데 레이무 혼자서 정리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뭐, 멋대로 신사에서 자버린 것도 있으니까 일단 도와주기로 하자.
"알았어."
"좋아. 그러면 슈우는 마당 쪽을 부탁해."
"응."
마당 쪽이라... 왠지 나에게 절반을 넘게 일을 떠맡기는 듯한 느낌이다. 다같이 정리하는걸 도왔다면 금방 끝났을 것 같은데 나 혼자...
그리고 마당에 나가보니...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에... 이거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까?"
술병 같은 자잘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까지 마구 뒹굴고 있었다. 일단은 정리부터 하기 시작하자. 얼른 안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빨리빨리 해두는게 낫겠지. 그나저나 이 쓰레기들... 어떻게 처리를 하는거지? 이렇게나 많으면 치우는것도 치우는거겠지만 처리하는것도 상당히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여기저기 치우고 있을 즈음에 자기가 맡은 곳을 다 끝냈는지 레이무가 밖으로 나왔다.
"뭐야? 아직도 다 못 끝냈어?"
"응? 어라? 레이무는 벌써 다 한거야?"
"뭐 일단은 말이지. 그나저나 아직 반도 못했다니..."
으... 꽤나 심한 말을 하는군... 이정도 양의 쓰레기들을 혼자서 다 청소한다는건 무리라구!
하다못해 불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불이라도 있었으면 모조리 태워버렸을텐데..."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했을걸?"
어느 틈에 가져왔는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말을 하는 레이무였다. 하긴... 전부 불로 태워버릴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안 타는 것도 있고... 뭣보다 좋지 않은게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하지만 갑자기 여태껏 모아둔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붙어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곳곳에 있던 다른 쓰레기들도 점점 불이 붙기 시작해 순식간에 맹렬한 기세로 타기 시작했다.
"어?! 뭐야 갑자기 왜 불이 붙은거야?!"
"나... 나도 몰라! 빨리 꺼야돼! 이러다간...!"
신사에 불이 붙어버리겠어! 라고 말할 틈도 없이 어느덧 불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불에 타고 있었던 쓰레기들은 전부 재 한줌 조차 남기지 않고 없어져 있었다. 더욱이 신기한건 연기조차 나지도 않고 타버렸다는 것이다.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버린 상황에 레이무도 나도 그저 머엉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서 불이 붙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순식간에 빨리 타버렸는지, 그리고 그 쓰레기들이 재조차 남기지 않고 없어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슈우... 설마 해서 물어보는데 말야."
"엉?"
"너 설마 너의 '능력'을 써서 태워버린거야?"
"하아? 능력이라니?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능력'이라는 말에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레이무에게 설명을 부탁했고, 레이무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준 덕분에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내 능력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럼 무의식 중에 썼다는 소리가 되는데... 대체 어떤..."
"슈우는 '쓰레기들이 몽땅 다 불타 없어지는 상황'을 만들어 낸거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레이무의 뒤쪽에서 갑자기 틈새가 열려 그 사이로 유카리가 튀어나왔다. 근데 지금 뭐라고 말한거지? '쓰레기들이 몽땅 다 불타 없어지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고? 내가 무슨 신이라도 된다는 소리야?
"무슨 소리야? 물건을 만드는것도 아니고 '상황'을 만들어 냈다니?"
"아까 슈우가 이렇게 말했었잖아. '불이라도 있었으면 모조리 태워버렸을텐데' 라고 말이야."
정작 이 일의 주범인 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레이무와 유카리는 둘이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말이지!
"음... 그럼 실험삼아서. 슈우. 저 나무의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해봐."
"어? 으...으응."
유카리가 가리킨 나무를 보니 꽤 잎이 많았다. 아직 파릇파릇 한데 다 떨어뜨려도 되는건가...? 일단 한번 해봐야겠지? 뭔가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니까. 잎이 전부 없어진 나무를 상상하면서 말해보았다.
"저 나무의 잎들이 모두 떨어졌으면 좋겠네."
그리고 바로 그 말에 반응한 것처럼 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1분도 안되서 모든 잎들이 떨어져 버렸다.
"믿을 수 없어... 나도 비슷한걸 봐오긴 했지만 저런건 여태껏 본적이 없어."
"그러네. 정말로 슈우의 말대로 되다니..."
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서 이제는 잎이 다 떨어져버린 나무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나저나 이런게 내 능력이라는 얘기인가?
"으음.... 아무래도 슈우는 '상황을 만드는 정도의 능력'... 이려나?"
"헤에... 슈우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전혀 생각도 못해봤어."
왠지 엄청 대단한 것 같은 능력이 생겨버린 나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흥미감이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환상향을 낙원이라고 표현한 토우야의 말이 조금은 공감이 되는듯한 느낌이었다.
☆ ☆ ☆
"뭐 어찌됐건, 이걸로 조금은 쉴 수 있겠네."
우연히 발견한 나의 능력 덕분에 마당 청소가 어떻게든 끝이 났다. 덕분에 한숨 좀 돌렸네...
느긋하게 차나 마시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슈우. 그거 해야지. 그.거."
"그거?"
같이 차를 마시고 있던 유카리가 난데없이 그거라고 말해도 난 알 수가 없었다. 그거라니?
그 때 레이무의 말 덕분에 겨우 생각이 나게 되었다.
"탄막 놀이? 유카리가 가르쳐 주는거야? 의외네?"
"아! 맞다! 탄막 놀이! 까맣게 잊고 있었어..."
어제 유카리가 술 상대를 조건으로 가르쳐 주기로 했던 탄막 놀이. 그래서 유카리가 지금 여기 있는건가 하고 혼자 납득해 버렸다.
"가르쳐 주는건 맞지만 상대는 내가 아냐."
"응? 그럼 누구야?"
유카리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옆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레이무. 부탁할게♪"
"하아?!"
해맑은 미소를 날리며 레이무에게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역시 처음부터 자기가 할 생각은 없었던거냐?! 그보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말을 마!
"하아... 할 수 없지. 알았어."
"괜찮은거야?"
"괜찮아. 괜찮아~♪"
"네가 대답하지마!"
싫으면 굳이 무리해서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다지 상관 없다는듯이 레이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슈우도 올라와."
"에? 으...응."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은 올라가 보았다.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그런지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두근두근 거렸다.
"슈우는 어떤 탄을 쓸거야?"
"응? 탄에도 여러가지가 있는거야?"
"이거... 처음부터 천천히 진행해야겠는걸..."
레이무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탄막 놀이의 의의와 규칙,탄을 날리는 방법 등등 기본적인 탄막 놀이의 설명을 하였다. 다 듣고 보니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는거에 한번 놀라고 이 탄막 놀이를 레이무가 만들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그럼 기본적인 설명은 여기까지. 일단은 쏠게 없으니까 영탄이라도 만들어서 날려봐."
"알았어."
잠시 손에다가 의식을 집중하여 영력을 모아 구체화를 시켰더니 밝은 빛을 내면서 영탄 한개가 손 위에 나타났다.
"그럼 간다?"
"얼마든지~."
딱히 별로 위협이 되지 않다는 표시인지 레이무는 나른한 듯한 목소리로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날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은 긴장 좀 하라고...
"간닷-!"
손으로 영탄을 쥐고 야구공을 던지듯이 레이무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날아가는 속도는 일반 야구공의 속도조차 못됐으니... 이래선 시작하기도 전에 떨어지겠네.
그리고 레이무는 고개만 살짝 움직여 영탄을 가볍게 피하더니 바로,
"이렇게 날려봐!"
품에서 부적을 꺼내 들더니 3장을 나에게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부적에 나는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대~로 나는 격추되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콜록... 콜록... 뭐야 이게! 단순한 부적이 아니잖아!"
"단순한 부적이 탄이 될 수가 없잖아? 내 영력도 조금 실어서 날린 것 뿐이야."
유유히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놀리듯이 말하는 레이무였다. 으으... 언젠가 반드시 꺾어주고야 말겠어!
"...잠깐 놀러와 봤는데 왠 이상한게 마당에 널부러져 있네?"
"그렇네요."
낯익은 목소리다 싶어서 입구 쪽을 보니 양산을 쓰고 있는 레밀리아와 그 옆을 따라오고 있는 사쿠야의 모습이 보였다.
"우... 이상한 거라서 미안합니다."
"알았으면 얼른 비켜주지 않겠어? 레이무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 같은건 처음부터 관심도 없다는 양 차갑게 말하는 레밀리아였다. 너무 차갑게 말하는 바람에 명령했던게 곧장 행동으로 옮겨졌다.
'후우... 무섭구만. 흡혈귀라는 것들은 다 저런건가? 정말이지...'
머리 위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일어나려 할 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레밀리아를 따라가는 사쿠야의 모습이 보였다.
'읏... 저렇게 나오면 이쪽이 부끄러워 진다고...'
조금 레밀리아를 포함한 흡혈귀라는 종족에 대해 안좋게 생각한 것을 사쿠야의 태도를 보고 반성을 하였다. 분명 어디 좋은 점도 있겠지.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였다.
"어머 레밀리아? 이 시간에 여긴 왠 일이야~?"
"그 말, 그대로 너에게 돌려주지."
만나자마자 왠지 서로 노려보며 말하는 유카리와 레밀리아였다.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별거 없어. 내 장난감 찾으러 온 것 뿐이니까."
장난감? 저 레밀리아가? 풋.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네. 가만... 근데 장난감이라니? 연회 올 때 뭐 챙겨 오기라도 했었던건가 ...라고 생각한 그 순간. 레밀리아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향해 한마디의 말을 날렸다.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하겠는데, 슈우 네가 내 장난감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뭐?!"
...전언 철회. 역시 레밀리아는 무섭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목숨이 몇개라도 모자라겠다. 그나저나 장난감이라니... 펫도 아니고 장난감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은 나는 그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8-10편 이어서 갑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갑작스런 레밀리아와 사쿠야의 등장으로 탄막 놀이는 잠시 휴식. 레이무와 레밀리아는 둘이서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지금은 느긋한 티타임 시간이다. 그나저나 아까의 레이무가 날린 부적에 맞은 곳이 아직도 통증이 멎질 않고 있었다.
"크으~. 그건 그렇고 무슨 부적이 그렇게도 아프냐... 전혀 아픔이 사라지질 않네."
"그야 멍-하니 있다가 직격으로 맞았으니 당연히 아플만도 하지."
옆에서 유카리가 유쾌하다는듯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면서 어떻게 웃으면서 저렇게 말할 수가 있는거지? 그것보다 네가 말하지마!
한참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도중 갑자기 나는 유카리에게 물어봤다.
"유카리. 영탄으로 탄막 놀이를 하는건 힘들겠지?"
"단련하면 꽤 세지긴 하겠지만 슈우는 향상 속도가 기대하기 힘든걸."
확실히 내가 영력을 다루는건 주로 슈스케에 나의 영력을 실어서 위력을 강화해, 요괴를 베어 퇴치를 하는데에만 썼었기에 영력만 모아서 날린다는건 이제 막 영능력에 눈에 뜬 정도의 레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안에 잘하게 될까?"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유카리를 보며 조언을 구했으나, 유카리의 대답은 너무나 허망하게 돌아왔다.
"레이무처럼 하면 되잖아♪"
"...물었던 내가 바보였어."
"어머머. 강한 사람을 따라한다는건 결코 이상한게 아니야."
확실히 무언가에 영력을 실어서 날린다면 짧은 기간에 탄막 놀이 실력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날리냐에서 문제가 생겨버린다. 내가 레이무같이 부적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고...
"저기, 사쿠야도 똑같아?"
"네?"
옆에서 조용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사쿠야에게 물어봤다. 사쿠야도 나이프로 탄막 놀이를 하니까 레이무랑 비슷한걸까?
"저의 경우는 단순히 나이프를 '던진다'라는 것 뿐이지 영력을 실어서 날린다거나 그런건 아니랍니다."
"음... 그렇구나..."
아무래도 탄막 놀이에선 던질 수 있는거면 뭐든지 다 되는건가 보다. 그리고 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나다가 갑자기 나의 머릿속을 팟 하고 지나가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래! 그거로 써보면 될거야!"
"?"
갑자기 자리에서 팟 일어난 탓인지 사쿠야와 유카리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고개를 유카리 쪽으로 돌려서,
"유카리. 한번만 날 다시 바깥세계로 보내줄 수 있어?"
"안돼."
"......"
...즉답이다.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즉답이었다. 환상향에 이미 발을 들인 사람은 두번 다시 바깥에 갈 수 없다는건가?! 그러면 유카리는?!
"제대로 돌아올테니까. 응?"
"무슨 이유가 있든간에 안돼."
유카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차가운 표정으로 나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너무 차가운 표정이라 또 한번 말했다간 아마 목숨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으... 그럼 유카리가 사다 줄래?"
"귀찮아. 그런건 직접 구해."
......그럼 나를 바깥으로 보내주세요. 라고 반문하려고 했으나 아까의 일 때문에 쉽사리 그 말이 나오질 않았다.
"저기... 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응? 별거 아냐. '카드'를 써볼까 해서 말이지."
"카드...인가요? 대체 어떤 식으로 쓰실거길래?"
사쿠야의 질문에 나는 내가 생각해낸 카드로 탄을 쓰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냈다.
"일단은 카드라면 날리기가 쉽겠지. 그리고 작기 때문에 영력을 불어넣기도 쉬워. 그걸로 부족한 위력을 보충하면 될테고, 그리고 보관도 간편하거든."
"과연. 좋은 생각이네요."
사쿠야가 내 생각에 공감을 해주니 왠지 쑥쓰러워졌다. 그런데 그것보다 문제는 그 카드들을 어떻게 구하느냐 인데... 한참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유카리가
"그럼 내가 가서 사가지고 오면 되지 뭐."
"...뭐? 아까는 귀찮다며?"
"사소한건 신경쓰지 말고 그냥 넘겨버려♪ 대금은 그쪽에서 내야 될테니까 내일 오후에 다시 신사로 와줘. 나는 졸려서 이만~."
그렇게 말하고는 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냉큼 틈새로 빠져들어 가버린 유카리였다. 뭐랄까... 정말로 변덕쟁이구나 유카리는.
"기다렸지~. 어라? 유카리는?"
"방금 돌아갔어."
레밀리아와 대화가 끝났는지 레이무와 레밀리아가 밖으로 나왔다. 안쪽에서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으려 하진 않았다. 억지로 캐려 했다간 죽을것 같아서...
"그럼 레이무, 우리도 이만 갈게."
"다음에 오면 세전좀 하고 가라고."
"후훗. 생각해볼게."
뜬금없이 세전 얘기를 꺼내는 레이무였지만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넘기는 레밀리아였다. 그리고 레밀리아는 밖으로 나와 접어뒀던 양산을 펴면서,
"사쿠야,슈우. 돌아가자."
라고 말하고 대답도 듣지않고 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네. 아가씨."
"으...응."
그리고 나와 사쿠야도 레이무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바로 레밀리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레밀리아가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날 수 없어.'라고 얘기를 하는 바람에 걸어가다보니 밤이 되어서야 홍마관에 도착했다.
☆ ☆ ☆
"안녕~. 레이무."
"안녕."
다음날 오후. 나는 유카리가 말했던 대로 대금을 챙겨들고 하쿠레이 신사에 왔다. 환상향으로 넘어올 때 꽤 돈을 챙겨뒀던 상태로 와버려서 대금 걱정은 없었다. 그것보다 지금은 쓸데가 없어...
"유카리는?"
"아직 안왔어. 이제 슬슬 일어났을까?"
해가 정점에 달하고 이제 기울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안 일어났다는 소리인가... 아무래도 유카리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잠이 많은가보다.
...라고 생각했던 때에 바로 유카리가 나타났다.
"하~음. 일찍 왔네?"
"응. 어차피 한가하니까 일찍 와서 기다리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말야. 그것보다 꽤나 졸려 보이는구나..."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유카리는 하품을 하면서 나에게 대금을 달라는듯이 손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얼른 끝내고 다시 자러 가려나보군. 뭐 나도 그 편이 좋긴 하니까 상관은 없지만.
"카드는 트럼프 카드로. 3개 정도로 부탁할게."
"트럼프? 그 이상한 모양같은게 그려져있는 카드? 간단하지."
역시 바깥 세계에 자주 드나든 탓인지 크게 설명은 필요가 없나보다.
대금을 건네주자마자 유카리는 바로 틈새로 들어갔다. 금방 돌아오겠지. 돌아오면 몇번 날려본 다음에 바로 레이무와 탄막 놀이를 해봐야겠다.
"레이무. 있다가 유카리가 오면 다시 탄막 놀이 가르쳐줘."
"알았어. 그것보다 언제까지 밖에 있을거야?"
"응? 아 그렇지. 그럼 잠깐 실례할게."
그리고 신사에 들어가 레이무가 내준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아무것도 없는 곳에 틈새가 열리며 유카리가 다시 나타났다.
"자 여기. 그럼 이제 됐지? 난 이만 다시 자러갈래~."
빠르다... 바깥 세계로 간지 10분도 안되서 유카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사온 카드와 잔돈을 넘기면서 유카리는 바로 돌아가 버렸다. 음... 조금은 섭섭한데...
"그걸로 쓰는거야?"
"에? 응. 이거면 제법 괜찮을까 해서 말야. 레이무의 부적을 보고 생각한거야."
"흐~응."
천천히 포장을 뜯어낸 카드의 케이스를 열어 레이무는 신기하다는듯이 카드를 한장 꺼내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부적을 날릴 때처럼 휙 날렸더니 푸욱 소리와 함께 나무에 박혀버렸다.
"...저건 완전히 흉기 수준이군..."
"제법 괜찮네.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 될거야."
레이무는 마치 재밌다는듯이 카드를 몇장 더 꺼내더니 계속해서 슈슈슉 날리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이거 내가 쓸거라고! 양도 한정되어 있는데 함부로 쓰지마!
"자아. 이제 그만! 더 썼다간 순식간에 카드가 다 없어지고 말겠어."
"쳇. 뭐 상관없어. 내가 쓸것도 아니니까."
자기가 쓸게 아니라고 함부로 쓰시는겁니까. 이거 참 무서운 무녀시네...
레이무가 날려서 꽃아버린 카드들을 하나하나 회수하고 나서 나도 카드를 날려보기 시작했다. 몇 장 날렸을 때는 힘들었지만 날리다 보니 점점 명중률이 높아져 원하는 목표물은 얼마든지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 정도면 되겠지. 레이무~! 하자!"
"음냐...? 귀찮아~. 나중에 하자."
'......하아?"
연습에 집중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했는지, 언제부터인가 레이무는 잠들어 있었다. 아아~ 왠지 맥이 쫙 빠지는걸...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지.
"하아~. 레이무도 유카리랑 성격이 닮았..."
닮았구나 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적 몇장이 날아오더니 나를 그대로 신사 입구까지 날려버렸다.
"슈우? 지금 뭐라고 했지?"
"콜록...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용서를..."
잠이 순간 확 깨버렸는지 레이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무서워! 레밀리아나 유카리와는 다른 의미로 무섭다구!
"다음부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조심할게."
그리고 레이무는 표정을 풀고 다시 낮잠을 자러 신사로 들어가버렸다. 정말이지...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간 목숨이 촛불 꺼지듯이 날라가겠구만...
레이무도 저 상태고... 더 이상 신사에 볼일이 없어진 나는 다시 홍마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홍마관으로 돌아왔을 때, 왠지 모를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일까 하고 들어갔더니 타이밍 좋게 레밀리아와 사쿠야가 현관에서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빨리 돌아왔네? 수고를 덜었어."
"응? 뭔 일이길래?"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레밀리아에게 물었더니, 레밀리아는 나의 옆을 지나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내일부터는 재밌는 일이 일어날거야. 잔뜩 기대하라고. 슈우."
"재밌는 일? 뭐야 그게..."
레밀리아는 더더욱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하고서는 사쿠야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 ☆ ☆
"하아~. 심심하네..."
홍마관으로 돌아와 방에서 한가로이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레밀리아랑 사쿠야는 방금 나가버렸고... 뭐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책이나 읽을까?"
연회날 연회에 가기 전에 여기저기 탐험하면서 도서관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입구만 보고 나왔는데 과연 어떤 책들이 있을지 살짝 궁금해졌다.
그리고 도서관 문 앞에 도착하고, 천천히 문을 열어보니 그곳은 여태껏 내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가득한 책을 쌓아두고 있는 도서관이었다. 1층으로도 부족했는지 위에도 책을 보관할 정도라니... 대단하네...
"햐아~. 대체 이 많은 책들은 어디서..."
길을 따라 걸어가며 주위의 책들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악마. 홍차 끓여와."
"네. 파츄리님."
여자애 목소리... 그것도 둘... 레밀리아와 사쿠야,메이린 말고도 홍마관에 사람이 더 있었을 줄이야... 잠시 누굴까 하는 호기심에 슬쩍 얼굴을 내밀어봤다가 마치 잠옷같은 옷을 입고 있던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누구지?"
"아... 난 슈우라고 해. 쿠사나기 슈우. 얼마 전에 이곳에 오게 됐어."
여자애는 책을 잠시 덮고 의자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오더니 머리부터 발까지 쭈욱 훑어보기 시작했다...
"흐음... 과연..."
"저...저기... 너는?"
"파츄리. 파츄리 노우렛지."
파츄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를 계속 훑어봤다. 그렇게 보면 부끄러운데 그만할 수는 없는걸까...
그리고 잠시 후, 또다른 여자애가 홍차를 들고 들어왔다. 근데 어째... 저거 설마... 악마?
"어머. 손님이세요?"
"아... 안녕."
이번에 나온 여자애는 사쿠야와 비슷한 느낌의 여자애였다. 그나저나 머리 위의 저 악마 날개... 진짜인건가?
"파츄리님. 이분은?"
"쿠사나기 슈우. 이번에 레미가 주워온 새 장난감인가봐."
잠깐! 장난감 말은 하지마! 그것보다 내가 왜 레밀리아의 장난감이어야 하는데?! 어디가?! 내 인격은 무시냐! 라고 또 한번 분노가 폭발했었으나, 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긴 싫었기에 어떻게든 참았다.
"저기, 그쪽의 이름은...?"
"아... 저는..."
여자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소악마예요."
"소악마? 과연... 그래서 악마 장식이 붙어있던건가..."
"자...장식 아니예요!"
소악마는 부끄럽다는듯이 자신의 날개를 가리며 얼굴을 붉혀 말했다. 왠지 귀여운데? 근데 소악마라...
"저기, 근데 소악마가 본명이야?"
"아...아뇨."
"그녀는 내 사역마야. 이름은 아직 붙여주지 않아서 별 수 없이 일단 소악마라고 부르고 있는 것 뿐이지."
내 구경은 다 끝났다는듯이 몸을 홱 돌리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파츄리가 말했다. 사역마라... 무슨 마법도 아니고... 그리고 이름도 붙여주지 않았다니... 불쌍하게시리.
"그럼 코-쨩으로 불러도 돼?"
"네?!"
이상하리만치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소악마였다. 맘에 안든건가?
"벼...별로 신경쓰진 않습니다만... 왜 굳이 그렇게...?"
"아니. 소악마(こあくま)라고 부르는것보다 코-쨩(こ-ちゃん)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부르기도 쉽기도 하고..."
귀여우니까... 라고는 죽어도 말 못하겠다. 그리고 소악마는 잔뜩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는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 맘에 안들면 관둘게."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불러도 되요!"
그렇게 말하고는 코-쨩은 파츄리의 자리에 홍차를 놔두고는 일하러 가보겠다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랄까... 저런 반응을 보이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반응인걸까?
"그런데 슈우는 이곳에 뭐하러 온거야?"
"아니, 시간도 때울 겸 책이라도 읽을까- 하고 말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내가 읽을 책을 찾으러 갔다. 왠지 파츄리의 독서를 자꾸 방해하는 느낌이 났다. 아까부터 책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말하던 것부터 그런 느낌이 풍겨왔다. 이 이상 방해하면 화낼지도 모르겠는걸...
그리고 파츄리는 내가 보이지 않게 되자 잠시 천장을 보며 내가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저게 레미의 '비장의 수'란 말이지... 과연 어떨지..."
11-13화 이어서 갑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문득 시계를 보아하니 벌써 11시가 훨씬 넘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책에 너무 빠져있던 나머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나보다.
"여기는 재밌는 책이 참 많네... 이렇게나 많으면 다 읽는것도 고생하겠어."
혼자서 이 시간까지 열심히 독서를 하게 된걸 뿌듯하게 생각한 나는 이제 잠자리에 들러 도서관을 나왔다. 물론 나오기 전에
파츄리나 코-쨩한테 인사라도 할까 했으나 코-쨩은 안보이고 파츄리는 여전히 독서 삼매경이어서 말하기가 조금 그랬다. 그러다보니
별 수 없이 그냥 나오는 꼴이 되었다...
"후아~암. 내일은 뭐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시간은 많다. 환상향에 오게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가 시간에 쫓길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뭐, 내일이 되면 생각해보자."
더 이상은 귀찮다고 생각한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달려들어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 *
"...이게 뭐다냐?"
눈을 뜨자마자 창 밖부터 본 나의 감상평이다. 창 밖은 온통 안개 투성이... 그것도 붉은 색의 안개가 퍼져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냥 안개만 낀거라면 다행이겠지만... 어째서 이렇게 붉은거지?"
자연적으로 붉은 색의 안개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군가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게 가능한걸까?
"어머, 일찍 일어났네?"
"아, 레밀리아..."
문득 들려온 레밀리아의 목소리. 희미하게 짓고 있는 미소는 마치 엄청 대단한 일을 벌리고 그걸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있을 때의 표정이었다.
"레밀리아. 이 안개는 뭐야?"
"햇빛을 가리기 위해 퍼뜨린거야. 내가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레밀리아의 미소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 그 미소는 마치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정말인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한거야?"
그렇다면 왜 레밀리아는 이렇게 붉은 안개를 끼게 만든걸까? 단순히 햇빛을 가리기 위한 용도라고는 보기 힘들다. 뭔가 숨겨진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확신했다.
"특별한건 없어. 단지 햇빛이 있으면 내가 밖에서 활동하기가 많이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야."
흡혈귀의 약점이라고 하면 역시 햇빛. 레밀리아도 흡혈귀이기에 당연히 햇빛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낮에는 양산을 쓰고 다녔던건가...
"그리고 요즘에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거든. 그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서 이번 일을 벌인거야. 분명 이변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누군가 찾아오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레밀리아는 창가 쪽에서 그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린다는듯이 바깥 쪽을 바라보았다. 어라? 그러고보니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항상 레밀리아의 곁에 있던 사쿠야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근데 사쿠야는 어디 갔어?"
"사쿠야는 지금 청소를 하고 있어. 왜 신경쓰여?"
짓궃은 미소를 날리는 레밀리아였다. 별로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사쿠야는 손님 맞이 준비를 하고 있어. 왠만하면 방해하지 않는게 좋아."
"아...응."
잠시동안의 침묵. 그리고 다시 레밀리아가 말을 걸어왔다.
"슈우. 탄막 놀이는 배우고 왔겠지?"
"에? 네가 그걸 어떻게 알..."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려던 차에 저번에 레밀리아가 하쿠레이 신사에 왔던 때를 생각해냈다. 그때 레이무한테서 들었던건가?
"슈우. 지금부터 일어나는 탄막 놀이는 연회 때 봤던 탄막 놀이랑은 완전히 다를거야. 각오 단단히 해두는게 좋을거야."
"각오라니... 설마..."
레밀리아의 말에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설마... 나도 싸워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건가?
"당연하잖아. 슈우도 싸워야지."
"겍... 역시나... 근데 난 잘 싸우지도 못하는데 괜찮겠어?"
"걱정마.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어. 싸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은거야."
나름 예상은 했지만... 은근히 심한 말을 하는구나 레밀리아. 뭐 당연히 기대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엄청 서글퍼진다.
그리고 잠시 후, 마법의 숲 쪽에서 희미하지만 두 명 정도의 사람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레밀리아도 그걸 확인했는지 창가 쪽에서 벗어나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와 슈우. 이제 우리도 싸울 준비를 해야지?"
"어? 자...잠깐만! 같이 가!"
이제부터 싸운다니... 점점 눈앞이 캄캄해진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련만... 그렇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나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 ☆ ☆
"역시 레밀리아의 짓이었군."
"후훗. 꽤나 빨리 왔구나? 레이무. 거기다 마리사까지 찾아오다니."
홍마관 로비. 위에서는 레밀리아와 나,사쿠야가. 밑에서는 레이무와 마리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사쿠야는 아까까지만 해도 심하게 싸웠었는지 여기저기 상처가 생겨 있었고 안쪽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레밀리아? 이제 포기하고 안개를 걷어주지 않을래?"
"내가 왜 그렇게 해야하지?"
레이무의 살의가 담겨져 있는 듯한 말을 그대로 흘려버리는 레밀리아. 그리고 이게 신호탄이 되어 드디어 양 팀 전투태세로 돌입하게 되었다.
"마리사. 레밀리아는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나머지 두 명을 부탁해."
"귀찮구만... 뭐. 다른 누구도 아니고 레이무의 부탁이니 할 수 없지."
마리사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상승했다. 우와- 저거 완전 마녀잖아!...라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환상향의 모든 싸움은 탄막 놀이로 결정한다고 들었으나 난 아직까지 탄막 놀이 경험이 전혀 없다.
"슈우 씨는 뒤에 빠져주세요. 마리사는 제가 맡겠습니다."
제법 화가 많이 난 상태였는지 사쿠야의 말투가 평소보다 꽤 날카로웠다. 거의 강압적으로 나는 뒤로 빠졌고, 레밀리아와 레이무,사쿠야와 마리사의 탄막 놀이가 시작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난 뭘 하면 되는거지?"
* * * * *
싸움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후, 레밀리아와 레이무는 점점 싸움이 격해지더니 이윽고 홍마관 바깥쪽에서 싸우기 시작했고 사쿠야와 마리사는 여전히 안에서 탄막을 펼치며 싸우고 있었다. 덧붙여서 지금 홍마관 안의 상태는...
"우아아아아아악!"
...정신없다. 이 한마디가 지금 홍마관의 안쪽의 상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보이는 빛의 탄막들이 날아다니면서 홍마관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튀어나오는 유탄들은 가만히 있던 나의 몸을 관통하기 위해 날아오고 있었다.
"헥헥... 이게 어딜봐서 놀이라는거야!"
싸움이 시작되고 나서 아무것도 모르고 머엉하니 있다가 유탄 한대를 왼손에 맞았을 때의 고통은 진짜 총알에 맞은듯한 느낌이었다. 이런거 제대로 맞으면 즉사라고 즉사!
"정말이지! 여기저기 도망은 잘 치는구만!"
"이쪽이 할 말이야!"
내 머리 위에서 마리사와 사쿠야가 별 모양의 영탄과 나이프를 날려가면서 끈질기게 싸우고 있었다.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꽤나 나이스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게 지금 상황이었다.
"크윽!"
그리고 한참의 격전 후, 마리사의 영탄을 직격으로 맞고 사쿠야의 움직임이 잠시 멈춰버렸다. 그리고 마리사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품에서 이상한 카드 하나를 꺼내서,
"연부(戀符)..."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한 순간, 엄청나게 위험한게 나올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저게 정말로 위험한거라면 저대로 놔뒀다간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사쿠야가 죽어버릴지도 몰라!
"기다려!"
"마스터 스파크(Master Spark)!!!!"
만화에나 등장할법한 거대한 빔 같은게 터져나왔다. 아마도 영력을 쭈욱 모았다가 한번에 팟 하고 터뜨려서 쏘는 거대한 영포였...다가 아니라! 느긋하게 생각이나 하고 있을때가 아니잖아! 저런거 맞았다간 진짜 죽어버린다구!
"우오오오오오옷!"
어떻게든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던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사쿠야! 미안!"
"에...?!"
두 눈을 꽉 감고 사쿠야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아래쪽으로 던졌다. 이걸로 사쿠야는 괜찮겠지. 내던진 정도로 죽는다고는 생각 안한다...만... 근데 나는?!
"아...?! 설마 벌써 인생 종치는건가?!"
"어차피 처음부터 상대는 둘! 미안하게 됐구나! 슈우!"
1초 뒤의 내 운명은 보나마나 이 거대한 영포를 맞고 정말로 그대로 죽어버리겠지. 아직 오래 살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렇게 가야하는게 싫었다. 아아- 이렇게 가는건가-?!
"이렇게 끝나는건 싫어!"
죽기 전의 마지막말이라는 셈 치고 외쳐봤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거의 코앞까지 다가왔었던 영포의 타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나는 천천히 눈을 떠봤더니 마리사가 쏘았던 영포는 언제 있었냐는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나 뿐만이 아니었다. 사쿠야도, 아까의 영포를 쐈었던 마리사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머엉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금방 제정신을 차린 마리사는,
"그건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라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나...나한테 물어도..."
나에게 물어봐도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리고 잠시 내가 머엉하게 있던 사이. 사쿠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우 씨! 앞을 봐요!"
"에...?"
뒤늦게 앞을 확인해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마리사가 다가와 있었다.
"이런...!"
"스펠 카드가 먹히지 않는다면 육탄전으로 때려 눕힐수밖에... 에잇!"
급하게 몸을 뒤로 빼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마리사는 그럴 시간도 주지 않고 타고 있던 빗자루를 손에 움켜쥐고 나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결과, 나는 멋지게 바로 아래쪽으로 멋지게 추락했고,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분명 '탄막' 놀이였을텐데 갑자기 빗자루로 머리를 내려치다니... 그건 반칙이라구!
☆ ☆ ☆
"으아아아아아악!"
무서운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마리사가 나에게 영포를 쏘다니...
마치 가위라도 눌렸던 것처럼 몸은 식은땀 때문에 약간 축축해져 있었고 베게와 침대 시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깜짝이야. 요란하게도 일어나는구나. 슈우."
"레...레밀리아?"
눈을 떠보니 레밀리아가 옆에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당연하다는듯이 사쿠야도 서 있었고... 어라? 근데 왜 나 여기 있는거지?
"나 왜 여기 있는거야?"
"사쿠야가 옮겨놨지. 그것보다 슈우. 사쿠야한테 들었는데, 마리사한테 빗자루로 맞고 그대로 기절했다면서?"
왠지 무서운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는 레밀리아. 이게 진짜 흡혈귀의 눈빛인건가? 근데 왜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것 같지?!
"에... 응."
괜히 얼렁뚱땅 속이려고 했다간 되려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니 솔직하게 인정하자. 그나저나 고작해야 빗자루 한대로 기절해 버리다니... 나 약해도 너무 약한가봐...
"하아~. 뭐 괜찮아.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으니까."
"그거 이미 들었었어."
반사적으로 나와버린 나의 태클 때문에 다시 한번 나를 쏘아보는 레밀리아였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무섭다구!
"뭐, 사소한건 넘기고. 슈우. 마스터 스파크를 없앴다며?"
"응? 마스터 스파크? 뭐야 그게?"
"마리사가 사용한 스펠카드 말야."
무슨 얘기인지 천천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꿈 속에서도 봤던 마리사의 영포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나 실제로도 그거 맞고 목숨이 날아갈 뻔했다가 살아났지... 새삼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거에 대해 감동을 느꼈다.
확실히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마리사가 썼다는 마스터 스파크라는 이름의 영포에 맞기 직전에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없어져 버렸다.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어?"
"음..."
나한테 그 이유를 물어봐도 내가 알 턱이 없었다. 그걸 내가 했다고 쳐도 나한텐 그런 신 같은 힘이 있을 수가...
"아. 그러고보니..."
"생각났구나. 아마도 네 능력이 무의식 중에 발동한 거겠지. 그리고 그것이 마스터 스파크를 완전히 없애버렸다고 봐도 되겠어."
답답한 속이 조금은 풀린 것처럼 표정이 조금 느슨해진 레밀리아였다. 그나저나 내 능력이 그렇게 했다니... 그런 일을 한 나 자신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분명 레밀리아도 레이무와 탄막 싸움을 했을텐데 결과는 어떻게 된걸까?
"그러고보니 탄막 싸움 결과는 어떻게 된거야?"
"아~ 그거? 아쉽지만 레이무가 이겼어."
마치 별로 자기랑 별로 상관없다는듯이 말하는 레밀리아였다. 레이무가 이겼다는 말은 결국 레밀리아의 패배... 즉 우리의 패배가 되버린 셈이다.
"그럼 안개는?"
"안개는 걷어냈어. 처음부터 그게 조건이었으니까."
침대에서 일어나 바깥을 보니 안개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하늘에 많은 별들이 보였다. 벌써 밤인가... 나 얼마나 쓰러져 있던거지?
"슈우."
"응?"
"천천히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조금쯤은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 파악해 두는게 좋을거야. 나중을 위해서도 말이지. 그럼 나중에 봐."
저 말을 하려고 내 방에서 내가 깨어나길 기다렸던건지 레밀리아는 저 말을 하고 나가버렸다.
그런데 뒤에서 묵묵히 있던 사쿠야는 레밀리아를 따라 나가지 않고 방에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슈우씨. 이제 괜찮으시다면 홍마관 수리좀 부탁해도 될까요?"
"에엑?!"
잠깐만! 나더러 홍마관의 수리를 하라니! 대체 무슨 수로?! 난 목수가 아니랍니다 사쿠야씨!
"슈우씨 능력이면 순식간에 끝날거라 생각합니다만?"
약간 애절한 느낌의 시선을 날리는 사쿠야. 과연... 내가 남자라는걸 이용하는건가... 뭐 아까 레밀리아의 말도 있었고, 뭣보다 사쿠야의 부탁이기도 하니까 일단은 한번 해보기로 했다.
"끙... 알았어."
"그럼 이쪽으로."
사쿠야는 고쳐야 할 곳을 알려준다면서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쿠야의 뒤를 따라 나가보니 주위가 엄청나게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거 완벽하게 고치려면 시간이 엄청 들겠는걸?
"그럼 우선은 이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단하구만..."
처음으로 나온 곳은 사쿠야와 마리사가 한창 싸웠던 곳이었다. 이거 참 심하구만... 천장에 구멍도 뚫려있고 벽 여기저기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내 능력으로 과연 완벽하게 고쳐질까 하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천천히 눈을 감고, 홍마관의 내부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선명해져서 머릿속에서는 초토화 되기 전의 홍마관이 그려졌다. 그럼 다음은 이걸 어떻게 말로 실현시키냐...인가.
그 순간, 머릿속이 한순간에 하얗게 지워지면서 아까까지 그려뒀던 홍마관의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실패한건가?! 하아~. 처음부터 다시해야겠..."
"무슨 소리예요? 성공 한거 아닌가요?"
"에?"
사쿠야의 말에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정말로 주위는 말끔해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것처럼 깨끗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뭐야? 생각하는거로도 충분하다는건가?"
이게 정말 내가 한 일인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정말로 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야! 그런데 그것도 잠시. 사쿠야는 금새 나의 팔을 잡고 끌더니,
"자. 얼른 끝내놓죠. 아직 많이 남았다구요."
"엑-?! 잠깐만! 아파! 그렇게 끌지마!"
대체 이 가녀린 팔 어디에 힘이 숨겨져 있는지 나는 사쿠야에게 팔이 잡힌 채로 다음 장소로 끌려가버렸다.
그리고 어찌저찌해서 홍마관 수리 겸 청소(어째선지 정리할 때마다 청소도 같이 되었다...)를 다 끝낸 나는 드디어 해방되었고, 방으로 돌아와 무섭게 침대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잠에 빠졌다.
14-16화 이어서 갑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환상향에 들어오게 된지 어느덧 한 달... 바깥 세계의 시간으로 따지면 이제 2월 정도가 되어가는 때이다. 정말이지... 처음 왔을때는 목숨이 몇개여도 모자를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익숙해졌다.
"핫! 하앗! 핫!"
최근의 나의 일상은 이렇다. 일어나면 식사 후 오전동안 검술 훈련과 메이린에게 권법 훈련을 받고 오후에는 느긋하게 브와르 도서관에서 독서... 뭐 가끔씩 심심하면 환상향 여기저기 탐험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위험한 녀석들이 한 둘 정도 들러붙어서 문제이지... 그리고 연회날이 되면 어김없이 출석을 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알 수 있고 뭣보다 즐거우니까.
"열심이시네요~."
문 밖에서 나의 검술 훈련을 보면서 메이린이 말했다. 이따금 문지기 일을 하다가 지루할 때 쯤이면 이렇게 말을 걸어오곤 한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몸을 단련해두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말이지."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보다 몸 단련은 잘 해뒀다고 생각했지만 정말이지 큰 오산이었다. 나보다 더 어린 여자애들조차도 나보다 몸이 튼튼한걸...
그리고 마무리로 칼을 크게 휘두르고 슈스케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후우~. 이제 조금 쉬고 권법을 연습해볼까... 메이린. 잘 부탁해."
"헤헷. 얼마든지요!"
30분 정도의 휴식을 가지고 메이린과 권법 연습에 들어갔다.연습이라고 해봤자 매일 대련을 하면서 스스로 익힌다. 하지만 메이린의 권법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레벨. 덕분에 나는 대련할 때마다 매일같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체력은 늘어나는것 같으니까 수확은 있는걸까...
"그러고보니 슈우씨. 갑자기 이런 말 하기는 뭐합니다만..."
"응? 왜?"
한참 했던 대련을 잠시 멈추고 메이린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바깥 세계가 그립다거나... 그렇지 않으세요?"
"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 그러고보니 갑자기 머릿속에서 본래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지나갔다. 아마도 바깥 세계에선 내 친구들이나 가족이 내가 갑자기 없어진걸 알고 걱정 많이 하고 있겠지... 아무리 싫증나고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그것이 본래 내 일상이니까.
"뭐...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조금은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가족들과 나의 친구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냈다. 이렇게 생각하면 확실히 많이 그리워지네...
"그렇다고 환상향에 오게 된걸 원망하거나 후회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오히려 환상향에선 즐거운 일이 많아서 더 좋던걸."
"그러신가요..."
어째 나보다 메이린이 더 추욱 쳐져버렸다. 아아~! 그쪽이 그렇게 나오면 이쪽도 우울해진다고! 좀 더 밝게! 해피하게!
"어차피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돌려보낼 생각따윈 없어."
"으앗! 레...레밀리아?!"
어느 틈에 나왔는지 레밀리아가 양산을 쓰고 정문 앞까지 와 있었다. 거기다가 사쿠야까지 함께... 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에 담겨져 있는건 아마도 술...인가보다.
"외출?"
"잊었어? 오늘 연회하는거 말야."
연회라는 말에 잠깐 머엉해졌다가 순간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오늘 연회한다고 레이무가 말했었지. 하마터면 잊어먹을 뻔했다.
"어차피 슈우는 지금부터 끌고 갈 생각이었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말야."
"네~네~. 어차피 나는 강제참가예요. 연회에 안 갔다가 레이무한테 미움받기는 싫으니까."
처음으로 내 능력. '상황을 만드는 정도의 능력'을 알게 된 이후부터 레이무는 연회를 열때마다 뒷정리를 언제나 나에게 시켰다. 뭐 그다지 어려울건 없지만... 나 왠지 점점 '하쿠레이신사의 청소부'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파츄리는... 오늘도 안 가는건가?"
"파체는 원래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아."
여태껏 연회에 참가할 때마다 파츄리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정말 책에 묻혀사는게 그렇게 좋은건가... 완전히 히키코모리구만...
"그럼 갈까. 오늘은 날도 좋으니까 걸어서 가는거야."
"이게 날이 좋은거야? 내가 보기엔 전혀..."
"흡혈귀한테는 딱 좋은 날씨야."
생각해보면 레밀리아가 햇빛이 많이 비치는 맑은 날에는 그다지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주로 밤에나 이렇게 날이 흐린 날 이외에는 거의 홍마관 안에서 생활하는것 같다. 햇빛이 비춰지면 약해지는건가? 궁금하긴 하지만 알려고 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넘기자.
* * * * *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어둑어둑 해졌다. 지금쯤이면 한창 하고 있으려나?
신사에 도착하고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여어~ 왔다구."
"홍마관의 녀석들이구만. 어서와."
그 중에는 마리사도 있었다. 뭐 마리사는 연회에 언제나 참석하니까 이제는 당연한듯이 느껴졌다. 그 외에도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유카리라거나 유카리의 친구인 유유코와 유유코의 시중을 들고 있는 요우무라거나 마리사와 같은 마법의 숲에 살고 있는 인형사(人形師)인 앨리스라거나 뭐 기타 등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신사에 도착 후, 레밀리아와 사쿠야는 나에게 얘기 한마디도 없이 자기들끼리 휑~하고 먼저 가버렸다. 툇마루에서 혼자 술이나 마실까 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도중,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아~. 슈우~.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야 유카리. 최근엔 안보이더니 대체 어떻게 된거야?"
"조금 그런 일이 있어."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설마 마냥 마요이가에서 쿨쿨 잤다거나 그런건 아니겠...
"끄악!"
"그런거 아니라니까♪"
설마 마음을 읽힌건가?! 그것보다 저 양산은 뭐야?! 가볍게 머리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위력은 마리사에게 빗자루로 얻어맞은것보다 아프다. 살짝 맞아서 다행이지 풀스윙으로 맞았다면... 어이쿠야...
"그것보다 슈우. 들어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는데~."
"자...잠깐만! 붙지마!"
위험할 정도로 나에게 붙어오는 유카리였다. 그것보다 얼굴은 왜 붉히고 난리야!
"이거~♪ 뭔 말인지 알겠지?"
"하아? 수...술?"
유카리의 손에 어디선가 갑자기 술이 나타나 있었다. 보나마나 틈새에서 가져온거겠지. 요컨데 이 행동은 즉...
"잘 부탁해요~♡"
"역시나......"
첫 연회 때의 일을 생각해냈다. 그때 분명 탄막 놀이를 가르쳐준다는 전제 하에서 술 상대를 해달라고 부탁받았엇지... 뭐 도중에 멋지게 리타이어 해버린듯한 느낌이지만... 그런데 이때, 유카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한 사람까지 더 끼어들어 오게 되었으니.
"유카리~ 나도 껴줘~."
"겍?! 어째서 유유코까지?!"
며칠 전에 있었던 연회에서 유카리가 결석을 해버려서 상대가 없던 유유코가 나에게 술 상대를 해줄 것을 요구해왔었다. 그리고 그때도 멋지게 리타이어 해버렸는데... 한명도 힘든데 둘이나?!
"나에게 거부권 같은건...?"
"없어~."
"없어~♪"
해맑게 웃으면서 둘이서 내 손을 잡고 자리로 끌고 갔다. 그리고 서로 술을 주고 마시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나는 또 다시 먼저 리타이어 라는 결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아~ 정말이지! 술도 적당히 마셔야 좋은거라구! 나의 간은 강철이 아니랍니다!
☆ ☆ ☆
"으으... 골이 아직도 땡기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밀려오는 숙취의 고통에 머리를 쥐어싸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렇게 마시게 하다니, 두 사람 다 너무하잖아! 난 요괴나 망령 따위가 아니라고!
"어디보자... 그러니까..."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니 주위를 쭈욱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주위에는 아직 돌아가지 못한 몇몇 무리들이 널부러져 있던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 그렇다고 마당에서 자는건 아니잖아? 그러고보니 레이무가 안보인다 했더니 아직도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정리부터 해야겠지."
대충 시간을 보아하니 벌써 11시... 쯤 되려나? 얼른 연회 자리 정리부터 해야겠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는 마당에 쓰러져 있는 사람(요괴 포함)들을 적당히 치우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한 곳으로 몰아다 놓은 다음에 산이 되어버린 쓰레기더미에 불을 붙였다. 물론 전에처럼 연기가 나지 않는 희한한(?) 불을...
레밀리아의 충고 이후 조금씩 나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험을 한 결과 이제는 내 의지대로 얼마든지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매 연회마다 언제나 불려지는 이유는 이렇게 빠른 뒷처리가 되니까. 라는 이유라나 뭐라나...
"어머. 벌써 정리 끝났어?"
"일어났네. 마침 다 끝난 참이야."
쓰레기에 불을 피우고 따뜻해서 그 곳에서 멍하니 있다가 레이무가 이제서야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데 나보다 더 괜찮아 보이네... 겉보기로 보면 나보다 연하같은데 대체 어떻게 버티는거지?
"아~ 따뜻하네."
"너무 가까이 가면 불씨 붙어버린다?"
이제 한낮이 되어가는데도 제법 쌀쌀한 아침이라 그런지 레이무가 다가와 똑같이 불을 쬐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보다 겨울옷이라고 해도 그렇게 얇게 입고 있으니까 추운게 당연하잖아!
"슈우~. 배고파~. 아침밥~."
"겍..."
요즘들어 레이무는 내가 신사에 놀러올 때마다 나를 부려먹는다. 밥은 물론이고 청소도 나한테 모조리 떠넘겨 버렸다. 처음에 위처럼 말을 했을 때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잖아. 직접 만들어서 먹어.'라고 말을 했더니 난데없이 두들겨 맞은 통에 힘에 눌려서 이 지경이 되버렸다. 아아~ 불쌍한 내 인생이여~.
"알았어. 다른 사람들 분까지 해둘 테니까 레이무는 그 사이에 다들 깨워줘."
"네에~."
대답이 대충이군. 다 깨우는데 한참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뭐 별로 상관은 없으니 얼른 밥이나 하러 가자. 늦게 했다가 또 두들겨 맞기는 싫으니까... 우우...
* * * * *
밥을 다 짓고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모두를 다 깨울 수 있었다. 그 도중에 깨워줬더니 밥도 안먹고 냅다 인사하고 돌아가버린 무리도 몇몇 있었고... 그 결과 지금은...
"아! 그거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뭐 어때~. 남겨놓은 쪽 잘못이지."
"꽤나 요리 잘하시네요?"
"한 그릇 더~."
"캬아~.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네~."
"으으... 아직도 머리가 울려..."
반찬 가지고 아웅다웅 하고 있는 레이무와 마리사에 고맙게도 반찬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부끄럽게도 칭찬까지 해주는 요우무에 이번만 벌써 4그릇째인 유유코와 거기다가 일어나자마자 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스이카에 아직 숙취에 고생인듯한 앨리스 까지... 대충 이 정도의 멤버가 남아있었다. 그것보다 유유코 너무 먹잖아!
시끌벅적했던 점심(이라고 해두자)을 끝내고 적당히 신사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들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마리사와 앨리스랑은 도중까지는 길이 같으니까 거기에 껴서 날아갔다.
그리고 홍마관에 도착하고 나니 불쌍하게도 사쿠야에게 혼나고 있는 메이린을 볼 수 있었다. 또 꾸벅꾸벅 졸다가 걸렸나보군. 가엾기도 하지...
"다녀왔어."
"아! 슈우씨! 살려줘요~!"
"기다려! 메이린! 아직 얘기 다 끝나지 않았어!"
나에게 구원 요청을 하면서 달려오는 메이린. 근데 그것보다 뒤에 사쿠야가 나이프를 날리면서 다가오네?! 잠깐만! 이라고 외치려고 했던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떨어져 있었고 메이린은 여기저기에 나이프가 찔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보다 대체 뭐가 일어난거지?
"잠깐만 사쿠야. 지금 뭘 한거야?"
"네? 스펠카드로 잠시 시간을 멈췄었습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스펠카드로 시간을 멈췄다고? 그게 가능한거야?! 아, 그러고보니 사쿠야는 '시간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가 아니라 그 스펠카드라는거 보면 볼수록 끌리네. 나도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자.
"음... 사쿠야.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네? 무엇인가요?"
또 시간을 멈추게 했는지 메이린에게 꽃혀있던 수많은 나이프들을 다 회수하고 말했다. 어떤 의미로는 참 무서운 능력이구만 이것도...
"나도 스펠카드라는거 만들 수 있을까?"
"하?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배우실거면 저보다 파츄리님에게 물어보시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해요."
파츄리인가... 아는게 많을테고 거기다가 마녀라고 했으니까 분명 알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고 사쿠야는 홍마관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에 뒤에서 메이린의 '슈우씨 바보~!'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미안 메이린. 나로써는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브와르 도서관으로 그대로 돌격했다. 덕분에 실수로 코-쨩이 문 앞에 있는줄도 모르고 쾅 여는 바람에 조금 부딪쳤지만... 다음부턴 조심하자.
"어~이. 파츄리~."
"무슨 일이지?"
눈만 또르르 돌려 용건을 물어오는 파츄리였다. 얘기할 때는 사람 얼굴을 똑바로 보고 말하라구.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파츄리. 스펠카드를 만드는 법 알고 있어?"
"그거야 당연한거 아냐? 나도 탄막 놀이를 하는데 탄막 놀이에선 스펠카드는 필수품이라구."
어이가 없다는듯이 책을 읽다 말고 팡! 소리가 나도록 덮어버리는 파츄리였다. 뭔가 엄청 바보 취급을 당한 느낌인데... 아 바보 하니까 요 앞의 호수에 살고 있는 치르노가 생각나버렸다.
"그럼 만드는 법좀 가르쳐줘."
"어려울건 없지만 대신 조건이 있어."
"어...? 조...조건?"
"그래. 조.건."
정말로 마녀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파츄리가 말해왔다. 그렇게 웃지마! 조건이 뭔진 모르겠지만 엄청 무서워졌다구!
"웃... 어떤 조건인데?"
"특별한건 없어. 피를 좀 내놓도록 해."
그렇게 말하고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파츄리는 실험에 쓰일법한 주사기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고,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던 나를 아까의 복수라며 나를 붙잡아 양 팔을 봉인해버린 코-쨩 때문에 파츄리에게 붙잡혀 어쩔 수 없이 피를 뽑히게 되었다. 근데 피를 빼낼 때의 느낌이 참 이상하구나... 오늘 처음 알았어... 가 아니잖아! 하고서 자기 혐오에 빠져버린 나였다.
☆ ☆ ☆
"그나저나 내 피는 뽑아서 어디다가 쓸 셈인거지?"
파츄리는 내 피를 소량 뽑아가더니 이윽고 도서관 안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근데 스펠카드 만드는 법은 언제 가르쳐 주려는거야? 벌써 들어간 지 2시간째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열심히 불평을 날리고 있을 즈음에 그걸 듣기라도 했는지 파츄리가 나왔다.
"기다렸지."
"...2시간 동안 뭐 한거야?"
"별거 없어. 조금 알고 싶었던 게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파츄리는 다시 책을 읽던 자리로 돌아왔다. 대체 피를 뽑아서 뭘 알려고 한거지? 유전자 정보라거나 뭐 그런 과학적인건 아닐테고... 아니 파츄리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그래, 스펠카드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었지?"
"응!"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튀어나온 나의 대답. 왠지 애완견이 된 느낌인데 이거... 조금은 자중하는게 좋을지도...
"딱히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단지 스펠카드에 넣을 기술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조금 복잡할 뿐이지."
"호오~. 그렇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파츄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근데 스펠카드를 만드는 데에 이미지를 만든다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하는거야?
"뭐로 비유를 하면 좋을까... 그래. 마치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하면 되는거야."
"헤에. 그리고?"
거기까지 말을 하고 파츄리는 또다시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부적 같은 모양의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를 몇장 가져왔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고서 이해하는게 빠르겠지?"
"확실히 그 편이 낫긴 하겠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도 있고..."
"뭐야 그건?"
"아~ 속담이야. '백번 듣는게 한번 보는것보다 못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
왠지 조금 흥미롭다는듯한 눈빛을 보내오는 파츄리였다. 난 단순히 속담 하나 얘기했을 뿐인데... 아무래도 처음 들은건가보다. 조금 의외네.
"그럼 천천히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줄게. 우선은 스펠의 이름을 적는것부터."
그렇게 말하고 파츄리는 가져온 종이 한장에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저거 붓펜 아냐? 나 저런거 처음 보는데 정말로 저렇게 해서 써지는구나...
"어디어디... 화부(火符)「아그니 샤인(agni shine)」?"
"내 능력은 '화수목금토일월(火水木金土日月)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 7가지의 속성을 이용한 스펠을 만드는거지."
화수목금토일월... 마치 음양도를 보는 느낌이군.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파츄리는 이름을 적고 나서 종이를 잡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 뭔가 종이가 빛나기 시작했어?!"
"조용히 해."
조금씩 빛나기 시작한 종이를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런, 조심해야지.
그리고 잠시 후 팟 하고 빛이 사라지면서 파츄리가 숨을 한번 내쉬고 눈을 떴다.
"다 됐어."
"......끝이야?"
"그래. 뭔가 문제라도?"
문제라기보다는... 시시하다. 좀 더 특별할 줄 알았더니... 근데 제대로 되긴 한건지 의문이었다. 아주 밝게 빛나다가 빛이 팟 하고 사라진거면 이해를 하겠지만 조금 빛나다가 사라진건...
"자 그럼. 이제 제대로 됐는지 실험을 해봐야겠지?"
"어디서?"
"걱정 마. 이 스펠카드를 쓴다고 해서 도서관이 어떻게 되거나 하진 않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화부라면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인데... 책에 불씨라도 옮겨붙어버리면 대화재로 번져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썼다가 불나기라도 하면..."
"걱정 마. 책들에는 보호 마법이 걸려있으니까."
"하아?!"
설마 이 책들 전부에?! 과연 마녀...라고 부를만 하겠구나. 어쩐지 책을 찾으러 갔다가 몇번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구김 하나 없던게 신기하긴 했었는데... 설마 마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소악마!"
"아, 네! 파츄리님!"
위쪽에 있는 코-쨩을 부르는 파츄리. 그리고는 바로 아까 만든 스펠카드를 꺼내들더니,
"잘 피해봐."
"네~?!"
어이! 잠깐만! 설마 코-쨩에게 날리는거냐?! 아니 그래도 코-쨩은 나보다 튼튼하니까 괜찮겠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그러는건... 끙...
"스펠카드를 쓸 때는 반드시 이름을 선언해야돼. 그래야만 스펠카드가 발동을 하게 돼."
"음... 그렇구나."
"그러면... 소악마! 준비됐지?!"
"네~!"
아아~ 그래도 조금 걱정되는데... 뭐 여차하면 파츄리가 어떻게든 할까...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파츄리가 스펠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부(火符)「아그니 샤인(agni shine)」!"
이름을 선언함과 동시에 파츄리의 손에 있던 종이가 작은 불덩이로 변해 코-쨩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걸 받아내는 코-쨩. 작은 불덩이라도 제법 강력한 위력이었는지 주변에 피해가 좀 있었다. 벽이 부서졌다거나 책이 떨어졌다거나 책장이 부서졌다거나... 코-쨩은 무사해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어디 이해못한 부분이라도 있어?"
"음... 강력한 스펠카드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그렇게 말한 순간 파츄리는 갑자기 들고 있던 책으로 나의 머리를 후려쳤다. 제법 두꺼운 책이어서 그런지 머리가 징징 울린다.
"아파-!"
"걷지도 못하면서 벌써부터 날려고 하면 어쩌자는거야?"
한심하다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파츄리. 아니 그래도 기왕인거 강력한걸 쓰고 싶은게 사람 심리 아니겠어?! 그렇다고 책으로 후려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파츄리는 남아있던 스펠카드를 만들 종이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어차피 지금의 슈우로는 강력한 스펠카드를 만든다는건 힘든 일이야. 일단은 만들어보고 나서 생각해."
"크으-. 알았어."
종이를 받아들고서 잠시 살펴봤다. 아무래도 평범한 종이는 아니것 같다. 작지만 영력이 담겨져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종이를 챙겨들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파츄리가 다시 한번 불렀다.
"슈우. 가기 전에 잠깐."
"엉? 뭔데?"
돌아보니 파츄리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위치가 어딘가 하니... 아까 파츄리가 스펠카드를 썼을 때 부서졌던 곳이었다. 잠깐! 그 말은 즉...
"저기. 고치고 가."
"역시나?!"
어쩐지 저번 이변 이후로 난 홍마관 수리를 담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난 목수가 아닌데 말이지. 별로 귀찮지도 않고 고치는것도 금방이긴 하지만! 이런데에 내 능력을 쓰는건 좀 아니잖아?! 좀 더 멋진곳에서 쓰고 싶어!...라고 아무리 외쳐도 변하는건 하나도 없다는게 슬플 뿐이다. 정말 울고싶구만...
.....
그냥 받은걸 다시 복사해서 붙일뿐인데도 이정도 분량이 되면 힘들군요

오늘의 한장!!!